김훈동 시인 ·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김훈동 시인 ·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산다는 것은 본디 길을 가는 것이다. 청년들의 갈 길이 궁벽하고 살길이 궁핍해졌다. 청소년 때부터 무한경쟁으로 내몰린 오늘날 청년들은 연이어 닥쳐오는 학비난, 취업난, 주택난, 생활난에 시달린다. 그들의 가슴에는 어둠이 내리고 마음에는 길이 끊어졌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비사회, 위험사회로 내몰려 사랑이 메말랐고 희망이 사라졌다. 그들은 길을 잃고 방황하며 고통하고 분노한다. 청년들이 가야 할 길을 수원문인협회가 정론직필(正論直筆)을 추구하는 중부일보와 함께 찾아 나섰다.

그 길은 마치 별을 찾아 바람을 거슬러 항해하는 청년들의 길이다. 때로는 목숨까지 버려가며 폭풍의 바다를 항해하여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다. 삶에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되며 존재에의 용기를 주는 새로운 언어들을 싣고 돌아와 빛나는 별들로 우리에게 건네주곤 한다. 그 별들을 보고 자신의 새로운 존재의 가능성을 찾는 일이다. 새로 제정되는 ‘청년문학상’이 청년들 가슴속 사위는 잿불에 불어주는 작고 조심스러운 입김이 되길 기대한다.

한국 문단은 전반적으로 노쇠화하고 있다. 예술계 전반이 예외 없이 그렇다. 문학세계에 청년들을 불러 모아야 할 이유다. 그 많은 문학지가 발간되고 있지만 청년층을 타깃(target)으로 하는 ‘청년문학지'가 하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청년문학’은 불모지와 다름없다. 청년문학상을 제정하여 문학세계에 청년을 불러들이겠다는 것이 수원문협 김운기 회장의 야심찬 공약이다. 언론과 손잡고 추진함으로써 그 격을 한껏 높였다. 그의 결단이고 추진력이다. 박수를 보낸다. 지난 7일 중부일보 본사 대회의실에서 ‘중부일보와 수원문인협회 간 상호교류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최윤정 중부일보 대표이사와 김운기 수원문협 회장을 비롯한 양 기관 임원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청년문학상 제정 및 운영을 통해 청년문학작가 양성에 상호 협력 체계를 구축하자고 약속했다. 이를 계기로 중부일보와 다각도로 협력하여 수원문학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는 시각이다. 사업추진을 위해 언론과 협약을 체결한 것도 수원문협 창립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문협의 보폭(步幅)이 넓어졌다는 의미로 참으로 값지다.

오늘날에 디지털 문명시대의 문학은 흔히 경고하듯이 ‘위기의 문학’이고 ‘추락의 문학’이라고 한다. 어쩌면 ‘문학의 부재’ 적어도 ‘문학의 주변화’라고 진단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가 문학 위기라고 부르는 것은 변화에 대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데서 생긴 정서적 반응일 것이다. 문학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며 문학적 감동과 감수성은 더욱 넓고 깊게 번질 것이다. 문학은 예술의 중심이고 인문주의적 정신의 마지막 보루다. 작가는 ‘인류의 스승’이라는 위엄 있는 자리에서 이미 퇴위한 지 오래됐다. ‘창조자’라는 영예로운 전문적인 권위조차 상실됐다. 우리 문인들은 더 많은 문학적 열정을 보이고 창작의 산물과 그것을 누려서 가질 독자들이 늘어나게 해야 할 책무가 문인에게 있는 이유다.

시간의 때를 타지 않고 문명의 변화라는 파고를 이겨낼 수 있는 인류의 영원한 문화적 자산으로서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아 있음으로써 우리의 의식과 정신, 정서와 꿈으로 우리 내면에서 움직거려야 한다. 감동이다. 청년들의 가슴에서 꺼낸 문학 열정을 만나보고 싶다. 끝없는 도전, 지치지 않는 열정 안에서 해마다 새로운 젊음이 탄생하길 바란다. 청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2020년2월 청년기본법이 제정됐다. 이 법에 의하면 청년은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을 의미한다. 이번 제정된 수원문협 청년문학상의 연령층은 이보다 범위를 넓혀야 할 듯하다. 청년문학상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도덕적인 갈등을 다루며 독자들에게 깊은 사유와 꿰뚫어 보는 인사이트(insight)를 제공하면 좋겠다. 청년들은 자아를 발견하고 성장하는 여정에 동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심오한 사색을 통해 인생의 의미 탐색, 정신적인 자유와 독립, 윤리적 고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독자들에게 깊은 생각과 영감을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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