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침묵은 늘 아슬했습니다
돌아보면
아무것도 잡지 못한 창백한 손
무수한 생각만이 분주했던 길
시간의 고요는 늘 아득했습니다
돌아보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빈 그림자
무수한 사념만이 소란했던 길
방향 모를 이정표
촉수 낮은 더듬이
아! 세상에! 이제사 눈에 드느니
이순의 언덕
저기 들판을 피고 지는
풀꽃 같은 한 생애
순리의 생각이면 족한 것을
저기 샛강을 흘러가는
강물 같은 한 생애
겸손의 사념이면 족한 것을
흔쾌히 그 길 걸어가야만 하겠다
가슴에 새겨보는 내밀한 다짐
약력
2016년 수원시의회 사무처장 명예퇴직(지방 이사관)
대한행정사회 초대 경기남부지부장 역임(2022,2,7-2023,6,9)
한국문인협회회원. 수원문인협회수석부회장역임(현,이사),
인사동시인협회회원 바람의 통로 등 시집 6권출간
시평(詩評)
‘풀꽃 같은 한 생애’와 ‘저기 샛강을 흘러가는 강물 같은 한 생애’의 시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어 ‘겸손의 사념이면 족한 것을/흔쾌히 그 길 걸어가야만 하겠다’며, ‘가슴에 새겨보는 내밀한 다짐’으로 마무리 하는 한상담 시인의 시는 평생을 관조하며 시인다운 삶을 고고히 살아가는 모습이 잘 드러나는 수작이다. 그 명징성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함께 공감하는 문단에서 시인의 족적을 익히 알고 있는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시인이 ‘늘 침묵은 아슬했다’며 회상하는 마음은 그동안 조심조심 살아 온 그만의 심정을, ‘시간의 고요는 늘 아득했다’는 시인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부분으로 절묘하게 묘사한 면이 돋보인다.
더욱이 1연과 2연의 ‘생각만이 분주하고/무수한 사념만이 소란’했다고 스스로를 자성하는 시인의 자세는 감히 우리 시인들이 본받아야 할 겸허함일 것이니. 인생이란 무위에서 무위로 돌아가는 한바탕 꿈일진대, 지지고 볶는 일상의 연속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긴장하며 살았음은 어느 누구에게 위로받아야 할는지. 내밀한 다짐으로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 지난한 우리의 삶이려니.
-시인/ 정명희 수원문인협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