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2.27) / 사진 = 서울뉴스통신 
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2.27) / 사진 = 서울뉴스통신 

정부가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처분에 관해 기존의 '면허정지' 엄정 대응 원칙을 보류하면서 수위 조절에 나셨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 통지에 대한 의견 제출 기한이 만료된 전공의는 35명이지만 실제로 행정처분을 한 전공의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부터 근무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행정처분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당정 논의를 거쳐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전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 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의 행정처분에 대한 유연한 처리 방안을 당과 협의해 나가겠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의료 공백 우려와 의료계 협상을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전공의들의 의사 면허가 행정처분에 따라 3개월 이상 정지되면 수련 기간에 공백이 생겨 전문의 취득은 1년 이상 연기될 수 있다.

또 지난 2월 초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여전히 대다수의 전공의가 이탈한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 행렬에 동참하는 조짐을 보이는 것도 정부가 '유연한 처분'을 검토하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그동안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21일까지도 "기한을 넘겨서 복귀를 하는 경우에도 처분은 불가피하다"라고 강조해 왔다.

정부가 입장을 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지난 2020년처럼 이번에도 의대 정원 확대가 실패에 부딪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송기민(한양대 교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은 "처음에는 단호하게 법과 원칙대로 할 것처럼 하더니 2020년처럼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결국 국민들에게는 정부가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큰 충격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실제 전공의들의 복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류옥하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어떠한 전공의도 설득하지 못한다"며 "법적으로 옳고 당당하다면 즉시 면허정지 처분을 제게 내려달라"고 했다.

또 "전의교협(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과 대화하겠다는 것은 마치 자동차 노조가 사직을 했는데, 사측 대표이사를 만난 것과 같다"면서 "결단코 어느 전공의도 전의교협에 중재를 요청하거나 권한을 위임한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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